공간은 인간을 담는 그릇, 누 어소시에이츠 정용현 대표
2004년 설립된 누 어소시에이츠는 상업 공간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다. 정용현 대표 디자이너는 ‘공간은 인간을 담는 그릇’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적지 않은 작업을 선보여 왔다. 누 어소시에이츠는 인간의 심리와 행태, 환경을 생각한 본질을 통해 일관된 콘셉트를 만들고, 공간을 구축하는 힘을 바탕으로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을 완성한다. 도공이 그릇을 빚듯,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담은 그릇인 ‘공간’을 정성스럽게 빚는 것이 누 어소시에이츠가 실천하고 있는 일이다.
Q. 사명에 대한 소개와 누 어소시에이츠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듣고싶다.
A. 로고를 보면 알 수 있듯, 누 어소시에이츠의 누(nu)는 그릇의 형상을 닮았다. 이것은 ‘공간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보다, ‘공간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우리의 디자인 철학을 회사명으로 드러내고자 한 의도다. 공간은 단순히 멋을 부림으로써 완성되는 것이 아닌, 그곳에 머무르고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통해 완성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Q. 상업 공간 프로젝트가 눈에 띄는데, 상업 공간 디자인에 대한 누 어소시에이츠만의 접근법이 있나?
A. 클라이언트와 대화를 하며 그를 이해하고, 그의 업(業)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통해 공간에 대해 유연하게 접근하려고 한다. 공간에 대한 접근 방식이 유연해야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공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고객들은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함으로써 머무는 공간을 확실히 인지하고 오래도록 기억한다. 또, 프로젝트에 임하며 출입구의 방향, 창의 위치 등 공간의 컨디션을 읽어내려고 하는데, 이는 좋은 시퀀스를 만드는 우리의 방식 중 하나다.
Q. 상업 공간 디자인 작업은 주거, 사무, 교육, 전시 등 다른 공간 디자인 작업과 어떻게 다른가?
A. 모든 공간은 기능성과 심미성을 고루 갖추어야 하지만, 프로그램에 따라 그 비중과 타깃의 관여도가 다르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상업 공간은 미(美)라는 관점에서 기능적인 부분이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허용되는 곳이라 본다. 특히 ‘좋은 불편함’, ‘의도된 불편함’으로 공간 안의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하는지 예측하고 관찰하는 것은 상업 공간 디자인만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싶다.
Q.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어떻게 얻는가?
A. 여느 디자이너들처럼 훌륭한 다른 프로젝트에서, 예술 작품 속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며, 일상에서 관찰을 통해 여러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디자인을 잘하려면 관찰을 잘해야 한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자신이 관찰한 것을 잘 이해하고 소화하며, 해석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책을 읽거나 사색하는 것도 나에게는 영감을 얻기 위한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건축과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디자인, 인간과 인문학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혀야 관찰을 뒷받침해줄 수 있고, 이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Q. 공간 디자인 작업을 살펴보면 소재, 혹은 물성의 활용이 인상적이다.
A. 음악이 여러 악기의 조합이라면, 공간 디자인은 다양한 소재의 조합,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공간을 구성하는 소재는 각자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물성을 통해 공간의 언어는 풍부해진다. 그래서 공간마다 소재의 선택과 활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Q. 좋은 공간이란 어떤 공간이라 생각하는가?
A. 디자인의 주체는 사람이며, 좋은 환경과 좋은 공간은 사람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사람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란, 머무르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담을 수 있는 ‘비움’이 허락된 곳이라 본다. 비움으로써 더 많은 것을 채울 수 있는 곳, 결국 누 어소시에츠의 사명이나 디자인에 대한 철학과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담겨있으면서도, 가득 차기보다는 어느 정도 비어있으며, 그래서 사람들의 생각이 머물 수 있는 곳이 좋은 공간이라 믿고있다.
Q. 현재의 누 어소시에이츠는 어떤 단계이고, 앞으로 누는 어떻게 발전하게 될까? (계획이 있다면?)
A. 현재의 누 어소시에이츠는 좋은 디자인의 힘을 알고, 공간을 유연하게 대하는 자세와 다양한 표현을 해낼 수 있는 단계까지 온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그것을 넘어, ‘결이 있는 공간’을 만드는 누 어소시에이츠가 되는 것이다. 결은 눈으로만 해석하는 것이 아닌,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다. 거칠고 부드럽고 차가운 것 등 보이는 것을 넘어 느끼는 것, 심상에 새겨지는 결을 만드는 디자인 스튜디오가 되는 것이 앞으로 누 어소시에이츠의 계획이다.
0개의 댓글
댓글 정렬